인간 심리 탐구

나도 모르는 내마음 속시원히 밝혀질까

형람서원 2006. 4. 6. 15:02
728x90
반응형
나도 모르는 내마음 속시원히 밝혀질까
뇌과학 연구 바탕‘마음學’출간 잇달아
2006년 04월 04일 | 글 | 권재현 동아일보 기자ㆍconfetti@donga.com |
 
마음의 본질은 무엇일까. 최근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뇌과학의 영향으로 마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출판계에선 지난해 시작된 ‘심리학’ 열풍이 한 단계 진화하면서 올해 들어서는 ‘마음학’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책은 21세기 첨단 통합학문으로서 주목받는 뇌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철학, 심리학, 정신분석학의 이론들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와 사회적 불안정에 따른 정신적 불안을 학문적으로 구명하고 해소하려는 독자들의 욕구가 높아진 것도 마음학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선 1990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뇌 연구로 누리게 될 혜택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선언한 이후 뇌과학 저술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내에서도 2000년을 전후해 이런 저서 및 번역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특히 코르티솔,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역할 설명은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지난해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남녀가 애욕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세로토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단점을 못 보게 만든다”는 대화가 자연스레 나오게 된 것도 그런 산물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는 마음 이론서들은 뇌에 대한 구조적 기능적 설명을 넘어선다. 뇌과학을 통해 정신분석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미국 과학칼럼니스트 스티븐 존슨의 ‘굿바이 프로이트’), 우리의 윤리적 기초로서 다른 생물의 마음과 다른 인간의 마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들려준다(인공지능로봇 코그 개발에 참여한 대니얼 데닛 미국 터프츠대 교수의 ‘마음의 진화’).

철학이 담당했던 인식론이 신경과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자가 융합한 신경철학(neurophilosophy)의 탄생을 보여주며(‘뇌과학과 철학’), 뇌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야기되는 오류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왜 자아를 끊임없는 모순덩어리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주는(‘마인드 해킹’) 책도 나오고 있다. 인문학의 영역이었던 심리학, 정신분석학, 철학의 영역을 아우르면서 인식과 의식, 더 나아가 영혼의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뇌과학의 성과들은 몸과 마음, 이성과 감성의 오래된 이분법이 인간의 착각이며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은 “마음 분야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으로서 새로운 학문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며 “근대화의 이론적 근거가 칸트와 로크의 철학이었던 것처럼 미국에서는 21세기 교육·노동·법률 제도 개혁의 이론적 근거로 마음에 대한 연구가 꼽힐 만큼 왕성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영향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일본에서 1990년대에 ‘뇌내혁명’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배경에는 거품경제 붕괴기에 긍정적 사고를 통해 절망적 상황을 극복해 보자는 사회심리가 있었다”며 “한국 독자들이 최근 심리학 책에 이어 마인드 책에 주목하는 것도 외부 환경의 악화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단순한 처세술식 가르침이 아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치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