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문제 연구

[스크랩] 7년 동안 매일 도시락 싸 준 아내 '고마워'

형람서원 2007. 3. 3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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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항상 나와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난다.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거짓말 안 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난 단 한번도 아침밥을 거른 적이 없다.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밥만큼은 꼭 챙겨준다. 장모님이 평생 장인어른 아침밥 거르게 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 데, 아마 어린 시절부터 그런 장모님을 옆에서 보고 자라서 그런지 아내는 아침밥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사실 난 지금까지 아침밥 먹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혹 직장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침밥 이야기도 나오는 데, 이유야 각양각색이었지만(사실 챙겨줘도 남편이 귀찮아서 안 먹는 경우가 더 많았음) 의외로 놀란 건 아침밥을 못 먹는 분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었다. 난 단 한 번도 아침밥 거른 적이 없다고 하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단하네요. 부럽네요.’ 그런다.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는 데, 갑자기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말 듣고 난 이후로는 아내가 아침밥 하러 나가면 나도 같이 일어난다.^^ 사실 도와줄 건 없고, 아침 준비하는 동안 심심하지 말라고 식탁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말동무 해 준다. 그러다가 애들 일어나면 이불 개서 장롱에 넣고, 밥 먹고 나면 둘째 녀석 양치와 세수 시키고 옷 입혀서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한다. 주말에는 내가 아침 점심 저녁 다 한다. 설거지도 물론.^^


아내가 2월부터 직장에 다니는 데, 그 전에 가끔씩 내가 이렇게 도와주면 “왠일이랴?”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면서 “전에 집에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자기가 도와주니까 아침에 한결 덜 바쁘다.”면서 고마워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그 말 듣고 괜히 기분 좋아진 나, “앞으로 내가 계속 해 줄게 걱정 마.”하고 덜컥 말했다가 지금까지 쭈욱~ 하고 있다.-_-

 

사진 찍는 사이 내 밥그릇과 자기 밥그릇을 바꾸어서 먹는 첫째 녀석 장세린. 둘째 녀석은 콩 자반 줬더니 두부까지 달라고 해서 아내가 식히는 중^^ 소박한 아침상이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사실 아내에게 고마운 게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도시락이다. 결혼 후 지금까지 7년 동안 아내는 내 점심 도시락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매일 싸 준다. 회사 여직원 분들은 도시락을 싸오지만 남직원들 중에 도시락을 싸 오는 건 유일하게 나 혼자다. 시골 가면 아버지는 늘 “에미 니가 고생헌다. 같은 반찬 또 싸줄 수 없고, 그거(도시락) 매일 싸는 게 얼매나 힘든디? 하신다. 아버지 말씀에 “뭘 힘들어?” 했다가 아버지에게 혼났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잘 하는 게 최고의 노후보험이라고 했다. 맞나?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 쌀 때마다 아내는 도시락 반찬 때문에 여간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아내는 아침마다 “(혼잣말로)오늘은 도시락 반찬 또 뭐 싼 대?” "다른 사람들은 요즘 무슨 반찬 가지고 와?" 하면서 하루 하루 바꿔야 하는 도시락 반찬 걱정을 했다. 언젠가는 가지고 간 반찬이 많이 남았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집으로 가지고 갔는데, 아내는 그게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는지 저녁 먹자마자 시장에 가더니 도시락 반찬거리를 사오기도 했다.

 

그 뒤로 반찬이 남으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꼭 음식쓰레기 수거함에 버리고 간다. 특히 '특별식'으로 싸 준 반찬의 경우에는 깜박 잊고 엘리베이터 타고 집 앞에까지 갔다가도 다시 내려와 버리고 들어간다. 좀 아깝기는 하지만 많은 양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특별식’으로 했는데 남았으면 ‘맛이 없어서 그런가?’하고 아내 마음이 불편해질까 봐 그냥 버리고 간다. 아내는 빈 반찬통을 보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은 반찬 안 남았네. 맛있었나 보지?’하면서 흐뭇해한다.^^


사실 이렇게 매일 매일 도시락을 싸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뭐, 사먹는 밥이 질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도시락 싸가면 매달 12-15만원 정도가 절약된다. 한푼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 처지에 맛있는 점심도 먹고 돈도 아끼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아내 맘 고생도 만만치 않으니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사 먹을까 생각중이다. 

 

가끔씩은 아내 몰래 일찍 일어나 내가 도시락도 싸고, 아내도 점심 도시락을 싸 가니 아내 것도 함께 싸 주면 아내가 좋아하겠지.^^ 벌써부터 반찬 뭐 싸주나 걱정되네.-_- 아내 마음도 이랬겠지? 이래서 가끔씩은 서로가 역할을 바꾸어봐야 되나 보다. 그래야 서로의 마음을 알지.^^

 

오늘은 아내가 은행을 갖고 도시락에 장난을 좀 쳤네요.^^ 아내가 싸 준 '사랑의 도시락'

 

오늘의 특별식은 집에서 직접 구은 '김'^^ 은행은 어머니가 시골 은행나무에서 따서 준 건데, 직원들하고 나누어 먹었어요. 나눠 먹기가 쨈 아깝긴 했지만.^^

 

내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인 아내다. 이번 주말에는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께~ 그리고 "고마워!".  고맙다고 쓴 김에 '사랑해♥' 라고도 쓸까나?^^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장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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