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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5일 (수) 03:12 조선일보
2천년 묻혔던‘유다복음’내일 공개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유다의 배신이 없었다면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을 것이고,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한다는 신의 계획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수를 배신한 제자 가롯 유다의 입장에서 쓰여진 고문서 ‘유다 복음(The Gospel of Judas)’이 영·불·독어 등 세계 주요 언어로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ANSA통신은 4일 “스위스의 메세나 고미술재단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수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다복음’의 고증과 영·불·독어 번역을 끝내고 6일 오전(미국 동부시각) 공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과 CNN 등도 지난달 초부터 이 고문서의 존재 사실을 입수, 부분적으로 보도를 해왔다.
‘유다복음’은 그동안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서기 180년 무렵 프랑스 리옹의 주교 이레니우스가 ‘이단’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사실을 통해 존재 자체는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공개될 ‘유다복음’은 서기 1~2세기 사이에 그리스어로 쓰인 것을 서기 4세기 당시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언어인 콥트어로 번역한 것이다. 텍스트는 모두 26쪽 분량이며 겉표지는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이 문서는 30년 전 이집트의 사막에서 발견돼 골동품 시장에 나왔으며 수년 전 스위스의 메세나 고미술재단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세나 재단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가속기질량분석법 등을 통해 이 문서에 사용된 파피루스와 잉크 등이 서기 3~4세기의 것임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점은 예수와 유다의 관계에 대한 기술(記述)이다. 이 부분이 기존 복음서와는 전혀 다르다. ANSA통신은 ‘유다복음’에는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모든 이들로부터 저주를 받는 사도가 될 것이다. 너는 나를 둘러싼 인간의 육체를 희생제물로 바칠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은 그들을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6일 오전 미국 워싱턴에서 회견, 책,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성서학계는 이 문서가 서기 2세기경 유행했던 ‘영지주의(靈智主義)’파 중 ‘가인파’가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지주의는 예수의 실체성보다는 신화론적으로 접근했으며 ‘가인파’는 카인 등 성경 속의 지탄받는 인물을 추종하는 종파이다. 그러나 영지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단으로 규정됐다.
‘유다복음’에 대해 국내 성서학자들은 “일반인들에게는 센세이셔널한 뉴스가 될지 모르지만 초기 기독교의 역사를 바꿀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다빈치 코드’ 등 음모론적으로 기독교 초기 역사를 다루는 소설·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부활절(4월 16일)을 앞두고 관심을 모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유상현 교수(신약학)는 “문서가 위조품이 아니더라도 이 문서는 서기 1세기의 기독교 역사가 아니라 서기 2세기경 기독교 신화론과 관련 있는 것으로 기독교 발생과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자료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천주교 송봉모 신부(서강대 교수·성서학)도 “기독교 발생시기에 관한 문서는 수없이 나왔다. ‘유다복음’ 같은 문서가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천주교 입장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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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er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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