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 14장. “마귀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요 8:44)는 쉬운 말씀이 아니다. 마귀가 단순하게 진리에 서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진리에 서지 않은 것은 진리가 그 속에 없기 때문이다. 유사한 어법은 내가 부르짖었더니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것이 있다. 기도하여서 하나님께서 응답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심이 내가 부르짖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15장.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하였느니라”는 말씀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본성에 의한 행동일 때는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귀는 창조 때부터 범죄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죄를 짓기 시작한 때부터 범죄하였다고 받아드려야 한다. 욥 40:19, 시 104:26은 마치 마귀들이 천사들의 비웃음거리로 창조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창조의 목적이 비웃음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미천한 동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다. 만물은 선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한다. 하나님으로 창조된 마귀가 처음부터 범죄하였다는 것은 맞지 않다. 천사는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서 존귀한 피조물(합리적 피조물)이다.
16장. 만물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고, 살아있는 것은 죽은 것보다 우선한다. 생식력, 의욕, 충동 등으로 생명의 등급을 나눌 수 있다. 나무보다 동물이 위에 있고, 가축보다 사람이 위에 있다. 불멸하는 천사들은 죽음이 있는 인간들보다 높다(sicut angeli hominibus). 그러나 가치판단은 상황적인 면도 있다. 무생물이지만 생물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집에 있는 쥐보다 빵이 더 높다. 또한 자연본성에서는 천사들이 인간보다 우선하지만, 정의의 법에 따르면 선한 사람이 악한 천사보다 높이 평가된다.
17장. 악은 본성이 아니라 본성에 반대되는 것이다. 피조물이 죄를 짓는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의 의지에서 일어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악한 천사(마귀, 사단)의 범죄가 본성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만물의 근원이 유일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마니교의 선신과 악신의 이원론적 구조가 아닌, 유일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기원하는 기독교 창조 이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악은 본성적인 것이 아니고, 본성에 반하는 성향으로 말한다. 그래서 악한 본성이 선한 본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제시한다(ipse bene utatur etiam uoluntatibus malis). 이것은 마치 칼빈이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신의식을 증명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과 연결된다.
사단은 하나님의 창조에서 선하고, 자기 의지에서 악하여, 하급이 되어 하나님의 천사들에게 조롱을 받는다. 마귀들은 성도들을 망하게 하려고 유혹하는데, 망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롱을 당하게 된다. 마귀들은 하나님의 창조물임에도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기만하고 자기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귀가 아무리 악하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창조물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고경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