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의 아릅답고 신성한 삶 자취
황금가지 속으로의 여행은 숲에서 시작된다. 숲길에 들어서면 과거로부터 달려온 맑은 영혼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고대이탈리아 디아나 숲속의 사제를 만나게 되고 때로는 아프리카 오지의 숲에서 비의 왕을 만나고 때로는 스칸디나비아의 울창한 숲 속의 정령을 만난다. 그들로부터 숲과 더불어 살았던 고대인들의 아름답고 슬기로운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책의 저자 프레이저는 우리를 옛날 옛적 숲길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프레이저(Frazer, James George)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출생. 글래스고 ·케임브리지대학 등에서 수학한 후 1907년 리버풀대학의 사회인류학 교수가 되었으나 1학기를 마친 후 케임브리지로 돌아와 평생을 그곳에서 마쳤다. E.타일러, W.스미스의 영향으로 비교종교학에 관심을 가지고, 『황금가지· The Golden Bough』(12권, 1890∼1915)를 저술하였다.민속학·고전문학의 자료를 비교 ·정리하여 주술(呪術) ·종교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을
명확히 하려고 하였다. 주술을 종교에서 구별하고 ‘공감주술(共感呪術)’과 ‘접촉주술(接觸呪術)’로 분류하였다. 그의 진화주의적인 학설을 오늘날에는 받아들이지 않으나 신앙이나 의례를 사회 ·정치조직 및 그 밖의 여러 제도에 기능적으로 관련지어서 검토하는 시점은 현재의 인류학적 연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토테미즘과 외혼성(外婚性)』(김상일 역, 을유문화사, 1972) 등의 저서가 있다.
고대인 생활 생생한 묘사
“콩고강 어귀에 가까이 있는 봄마의 숲 속 한 언덕 위에 ‘남불루 부무’라는 비와 폭풍의 왕이 살고 있다.나일강 상류의 몇몇 부족들에게는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왕은 없다. 그 부족들이 왕으로 승인하는 유일한 사람은 비의 왕이다.그는 우기에 비를 내릴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3월 말에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이 지방은 메마른 불모의 사막이다. 그 때문에 부족의 중요한 재산인 가축들이 목초량의 절대 부족으로 죽어간다.그래서 3월이 끝날 때가 가까워지면 부족의 주민들은 비의 왕 앞에 가서 바싹 말라버린 목초지에 하늘의 물을 달라고 송아지 한 마리씩 바친다.만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부족 사람들은 비의 왕 앞에 몰려와 비를 내리도록 강요한다.그래도 여전히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들은 왕의 배를 가른다.부족 사람들은 왕의 뱃속에 폭풍우가 간직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이 이야기는 황금가지에 담겨있는 수천의 이야기 중 아주 작은 이야기의 하나이다.프레이저는 황금가지 속에서 오랜 옛날 이 지구상의 주인공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과거를 현장 중계하듯 펼쳐 보이고 있다.그러나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황금가지에 기록되어 있는 프레이저의 고대인들에 대한 담론들이 아무리 작은 담론이라 할지라도 황금가지의 부분이자 전체가 되어 전체의 담론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다양한 지역, 다양한 형태의 고대적 삶의 흔적 하나 하나가 통일된 구조양식을 갖추고 있다.
황금가지의 서두는 이탈리아 북부 로마 근처 네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디아나라 불리는 신성한 숲 속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숲에는 풍요의 여신 디아나와 그녀의 남편 비르비우스를 섬기는 신전이 있다.부족의 남자라면 누구나 사제가 될 수 있으며 숲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다.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숲 속의 황금가지를 꺾어야 하고 이 가지로 전임 사제를 죽여야 한다.이것은 이 숲 속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율법이다.숲의 왕은 사제인 동시에 살인자인 것이다.그러면 왜 사제가 되기 위하여 전임 사제를 죽여야 하고, 숲속의 황금가지를 꺾어야 하는가.황금가지는 바로 이 두가지 의문에서 출발한다.황금가지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하여 유럽 스칸디나비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폴리네시아, 심지어 우리나라의 민속신앙과 풍습에 이르기까지 온 지구상 곳곳에 퍼져있는 방대한 민속 자료를 수집하여 고대인들의 존재양식과 사유과정을 사회인류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사제 살해와 숲의 상징성
우리가 황금가지를 읽으면서 또 한번 놀라운 것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의문에 대한 프레이저의 집요한 추적이다.이 추적의 결과 프레이저는 다음과 같은 명쾌한 결론을 얻게 된다.고대사회에서 왕,족장 혹은 사제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하여 자연의 운행질서가 그의 지배를 받는다고 상상하였다.왕의 죽고 사는 문제는 왕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부족 전체의 중요한 관심거리였다.왕은 악천후 흉작 질병 등 천재지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지않으면 안되었다.고대적 사고에서의 왕은 인간계는 물론 자연계에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가뭄이나 홍수 혹은 질병 등이 발생하면 이 재난을 왕의 태만이나 죄과로 돌리고 그 지위를 뺏고 죽이는 것이 숲의 율법이었다.왕의 행동은 곧 우주행위를 상징하며 왕은 우주 에너지의 중심이었다.왕이 병들거나 늙어 힘이 빠지는 징후를 보이기만 하면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질병이 발생하고 가축이 떼죽음을 당한다고 믿었다.이런 이유로 그 부족은 왕을 자살케하거나 혹은 살해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전임 사제를 죽이기 전에 먼저 숲의 성스러운 황금가지를 꺾는 행위는 무엇인가.그것은 고대적 사고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대인들의 숲은 삶의 터전이며 성스러운 곳이다.숲은 곧 풍요로운 대자연을 상징한다.숲을 떠난 삶은 이미 삶이 아니다.디아나의 숲은 참나무 숲이다.이 숲 속의 황금가지는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의 나뭇가지이다.즉, 참나무 숲은 부족 전체를 상징하며 겨우살이는 사제를 상징한다.참나무와 겨우살이 관계는 부족과 사제의 운명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겨우살이의 황금가지를 꺾는 행위는 곧 사제를 살해하는 행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노쇠한 권력에 대한 경종
프레이저의 고대적 담론을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두 가지의 참 교훈을 얻을 수 있다.첫째,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다.고대인들은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여 자연의 재앙을 인간의 재앙에 일치시키고 있다.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고 자연을 제멋대로 흠집낸 현대적 인간들의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둘째, 노쇠한 권력의 종말이 어떤 결과를 빚게 되며, 노쇠한 권력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권력을 얻기 위해 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몹쓸 짓을 다하지만 결국 그 권력에 의해 죽고 마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고대인들은 이미 터득했고 이것을 자연질서의 율법으로 정했던 것이다.우리나라 과거의 정치현실,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불안 등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이 고대의 율법과 우주의 법칙은 권력이 최고의 힘에 위치해 있을 때 그 순간이 곧 물러날 때임을 터득하게 해 준다.이미 추할 대로 추하고 쇠잔할 대로 쇠잔한 사람들이 가지는 권력이란 곧 국민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을 고대인들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
프레이저의 고대적 담론을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두 가지의 참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여 자연의 재앙을 인간의 재앙에 일치시키고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고 자연을 제멋대로 흠집낸 현대적 인간들의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노쇠한 권력의 종말이 어떤 결과를 빚게 되며 노쇠한 권력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몹쓸 짓을 다하지만 결국 그 권력에 의해 죽고 마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고대인들은 이미 터득했고 이것을 자연질서의 율법으로 정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과거의 정치현실,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불안 등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고대의 율법과 우주의 법칙은 권력이 최고의 힘에 위치해 있을 때 그 순간이 물러날 때임을 터득하게 해준다. 이미 추할대로 추하고 쇠잔할대로 쇠잔한 사람들이 가지는 권력이란 곧 국민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을 고대인들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황금가지는 엄청난 사회 인류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 권력욕에 찌든 지금의 현대적 문명인들이 얼마나 참담하고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깨우쳐주고 우리가 현재와 같은 경제적 고통을 왜 받고 있는지를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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