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 탐구

‘축구의 쾌락’은 섹스·마약·음식과 질이 다르다

형람서원 2006. 6. 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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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쾌락’은 섹스·마약·음식과 질이 다르다
‘축구의 희열’에는 두뇌의 ‘보상 시스템’이 관련
2006년 06월 01일 | 글 | 프랑크푸르트=유윤종 동아일보 특파원ㆍgustav@donga.com |
 
축구를 보면서 느끼는 뇌의 쾌감은 보상 시스템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치 않았던 팀이 승리할 때 희열은 커진다.
“축구를 분석하면 행복이 보인다.”

독일 에펜도르프의대의 신경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팀장인 크리스티안 뷔헬 교수를 비롯한 이 대학 연구팀은 2006 독일 월드컵 개최에 맞춰 사람들이 축구를 보며 어떨 때 가장 즐거워하고 실망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축구팬들이 기쁨을 느낄 때 변화하는 뇌 부위를 관찰했다. 이 결과 쾌락을 관장하는 중추 중 대뇌 한가운데 있는 측좌핵(側座核·Nucleus Accumbens)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축구팬들이 기뻐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식사나 섹스, 마약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크게 달라 주목을 끌었다.

‘축구의 희열’에는 두뇌의 ‘보상 시스템’이 관련돼 있다는 게 결론. 팬들이 축구에서 느끼는 기쁨은 응원팀의 명성이나 실력과 비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보다 유로 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그리스가 우승했을 때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 때 흥분이 더 커졌다. 승리한 팀이 평소에 좋아하는 팀인가의 여부도 예상과 달리 팬들의 흥분 척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예기치 못했는데 기대 밖의 결과가 나왔을 때’ 축구팬의 희열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

뷔헬 교수는 이 같은 ‘보상 시스템’이 동물의 생존투쟁을 위해 만들어진 매우 오래된 두뇌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유인원에게 주스를 주며 대뇌가 느끼는 행복감을 관찰했을 때, 과도하게 주스를 공급한 실험군이나 과소하게 공급한 실험군은 기쁨을 덜 느꼈지만 적당하게 주스가 공급된 실험군은 두뇌가 활발하게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관찰됐다. 주스가 과도했던 실험군의 경우 ‘기대와 보상’의 시스템이 덜 작동했던 것이다.

소득이 너무 높은 나라의 국민이 느끼는 생활 만족도가 중간인 국가보다 낮은 것도 이 같은 ‘기대-보상’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뷔헬 교수는 말했다.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는 스타가 골키퍼와의 정면 대결에서 실축하기 쉬운 것도 ‘기대-보상’ 시스템이 이유가 된다. 기대를 받고 있는 스타는 기대의 압력 때문에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면 대결의 순간이 길어질수록 승산은 골키퍼에게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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