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우준 교수 자비로 간도우표 제작… “정부가 못하면 학계와 국민이 나서야”
간도연구자가 직접 간도우표를 만들었다. 간도학회 이사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우준 교수(49)는 자비 100여 만 원을 들여 1260장의 우표를 제작했다. 220원짜리 우표 14장이 각각 인쇄된 두 종류의 우표는 연세대와 간도학회, 이메일 등으로 우송을 부탁한 사람들에게 배부되고 있다. 물론 편지봉투에도 간도 우표가 붙여졌다.
두 종류의 우표에 담긴 디자인은 김 교수가 찾아낸 지도. 압록강 위 서간도 지역과 두만강 위 북간도 지역이 우리 땅임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도다. 특히 1750년 제작된 보공디 지도는 김 교수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지도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간도영유권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2004년 7월 김교수가 처음으로 공개했다.
청나라 강희제 때 프랑스 신부가 청의 도움을 얻어 1718년 만든 황여전람도를 토대로 보공디 지도가 만들어졌다. 유럽판 황여전람도라고 할 수 있는 보공디 지도는 황여전람도와 마찬가지로 압록강 이북과 두만강 이북의 남만주 지역을 조선 영토로 표시해놓았다. 청 정부의 인식도 인식이려니와 서구인의 객관적인 판단에도 만주 지역의 남쪽이 조선 영토였다는 당시의 영토인식을 보여준다.
객관적 증거인 고지도 두 점
김 교수는 독일 유학시절인 1986년 프랑크푸르트의 고서점에서 이 지도를 발견, 당시 200만 원(4000마르크) 상당에 구입했다. 간도 관련 고지도로서는 처음으로 구입한 지도였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고서점에서 구입한 간도 관련 고지도는 30여 점. 10여년 동안의 독일 유학기간에 2000만∼3000만 원을 들여 고지도를 수집했다. 중·러 외교관계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지만 그는 연세대 중문과 학부 시절부터 간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간도 1세대 연구가인 신기석 교수 등의 책을 통해 간도 지역이 우리 영토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간도 3세대 연구가로서 간도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동북공정이 알려진 2004년과 2005년에는 간도영유권 문제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면서 “또다시 관심을 진작시키기 위해 우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영토에 대해서 팽창주의적 시각을 갖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영토 문제인 만큼 합리적인 근거를 내세워 학계와 국민이 정부가 못 하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꿈은 간도박물관 건립.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자신이 소장한 고지도를 기꺼이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