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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산골 점촌高의 기적

형람서원 2006. 4. 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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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산골 점촌高의 기적     [조선일보 안석배기자]

경상북도 점촌은 한때 광업으로 번성했다. 무연탄, 흑연, 시멘트의 주 생산지로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사람이 몰려들어 1980년대 초반에는 인구가 16만명을 넘었다. 90년대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광산과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떨어진 채산성 때문이다. 사람도 떠났다. 인구는 현재 7만9000여명. 도시의 변화는 학교에도 몰아쳤다. 한때 전교생 2400명이었던 한 초등학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미니학교’가 됐다. 학부모 가운데 회사원은 거의 없고 농업과 상업, 공무원이 대부분으로 사교육 시설과 여건도 좋지 않았다.


이런 문경시에 요즘 ‘점촌의 학교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대상은 점촌고등학교다.

▶점촌고의 특별한 비결◀

① 성적따라 장학금주며 자극

② 야간 자율학습 선생님 같이

③ 두달마다 수준별로 반 편성


2006입시에서 점촌고 출신 가운데 주요 대학 합격자는 서울대 3명, 연세대 7명, 고려대 7명, 서강대 5명, 한양대 10명, 성균관대 12명, 교대 21명. 의대·한의대에 8명이 진학했다. 전체 졸업생 197명 중 139명(70%)이 수도권 지역에 합격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또는 시·도 단위 과학경시대회에서 재학생 50여명이 입상하기도 했다.

다른 중소도시들은 학생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 고민하는 것과 달리 ‘점촌고’는 기적적인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밤 10시. 도심에서 떨어진 점촌고의 불빛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다. 1~3학년 전교생은 아직 교실에 남아 책과 씨름을 하고 있다. 3학년 고영주(18)양은 “학교에서 자율학습으로 대입준비를 하고 있다”며 “고3은 11시 이후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점촌고가 원래부터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인구가 줄고 학생들이 하나 둘 서울이나 대구로 유학을 떠나자 교사들은 “지역에 명문학교를 세워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이때가 2002년.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점촌고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국·영·수)를 2번 치른다. 성적에 따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수준별(상급반·보통반) 수업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자율학습. 전교생이 희망에 따라 참여하는 야간 자율학습은 교사 35명도 동참한다. 학생들이 모르는 게 있으면 교사가 직접 1대1로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어드바이저’(academy adviser) 제도가 있어 교사가 학생 7~8명을 모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세 번째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학생들은 두 달에 한 번꼴로 바뀌는 수준별 반 편성을 한다. 학생들은 우수학급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자율학습도 성적에 맞춰 공부한다. 공부하는 학교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방학 때 보충수업은 학원식이다. 인기 없는 강좌는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교사들도 좋은 강의를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 고명원 교장은 “입학 당시 학생들의 성적은 경북도 내에서 중상위 정도이지만 고3이 되어 수능을 볼 때는 최상위 수준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2008학년 입시부터 중시되는 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점촌고는 이미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다. 고1부터 논술 수업을 실시하며 쉬는 토요일에는 별도의 ‘논술특강’ 시간을 마련했다. 서울대 권장도서 200권을 요약한 ‘논술교재’도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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