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주의....
가족주의(Familialism or familism)는 형성될 수 없는 어휘이다. "가족중심주의는 가정 내에서 성차별과 권위주의의 원인이 되며, 확대가족주의는 사회 안에서 정실주의와 연고주의의 원인이 된다.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족중심주의와 확대가족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이승환, "한국 가족주의의 변화과정과 미래방향 ; 한국 "가족주의"의 의미와 기원, 그리고 변화가능성", <한국사상문화연구>, 20권. 2004). 유교 연구자들은 스스로 "유교 가족주의"를 사용하면서 비평하고 대안을 제안하는데, 가족해체를 거리낌없이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연구자는 가족해체 원인이 전통적 가족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도 한다. 가족해체는 전통적 가족 유지가 아니라 해체주의(Deconstructionalism) 사조를 따른 것이다.
'가족주의'는 형성될 수 없는 어휘이다. 가족은 자연적이고 혈연적 관계이고 계약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인위적 수단으로 형성되지만 인위적 수단으로 형성될 수 없다. 인위적 수단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하면 가족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족은 인위적 수단으로 형성될 수 없기 때문에 가족주의는 형성될 수 없다. 국가주의(國家主義, Statism)는 가족의 집합 공동체, 민족 혹은 민족들의 연합체로 계약적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휘이다. 국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가족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가족이 없으면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순환관계이지만 먼저 가족이 존재해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소통과 탐욕 그리고 불안의 집합체이다.
어떤 연구자는 '가족주의'를 혈연, 지연 관계로 구성된 인간적 유대로 대의보다 우선하는 태도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가족주의라고 할 수 없고, 혈연주의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가족주의는 아버지를 가부장적 위치에 두어 부정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천만명의 관객이 본 영화 <국제시장>(윤제균, 2014)은 감동일까? 가부장적 가족주의(Patriarchal Familism)의 폐단을 폭로하는 내용일까? <가족주의는 야만이다>를 집필한 이득재는 가족주의를 폭력으로 규정하면서, 너의 이름을 거부하라, 너의 아버지를 부정하라, 너를 가족에서 탈주시켜라, 가족을 해체하라.. 등의 주제로 글을 집필했다. 가족이 아닌 노마드로 전환될 것을 촉구했다.
"가족주의"는 1877년 루이스 모건의 <고대사회>(Ancient Society)에서 보인다. 모건은 '야만으로부터 미개를 거쳐 문명으로 인류가 진화해 온 과정에 대한 연구'라고 부제를 부여했다. 그는 헤겔(G.W.F. Hegel, 1770-1831)적 변증법적 사유 체계로 인류문화 기원을 연구한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 체계는 과학,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시대정신이 되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1859년 <종의 기원>에서 생물학적 진화 이론을 체계화시켰다. 칼 마르크스(1818-1883)는 1867년 <자본론>(Das Kapital)에서 경제학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 공산주의 체계를 수립했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허무주의(nihilism)로 사상 체계를 강력하게 흔들었다. 니체의 사상은 1923년에 형성된 프랑크푸르트 학파(Frankfurt School)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으로 1922년에 작성된 소비에트의 법률에서는 동성애를 범죄한 형사법을 폐지와 평등에 근거한 이혼에 대한 제한이 철폐되었다. 볼세비키는 소비에트 혁명정책이 자본주의 사회에 파급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스탈린은 낙태를 금지하고 이혼을 어렵게했고 동성애를 불법화시켰다. 2차 대전 "스탈린의 러시아와 나치 독일이 전쟁중에 서로를 비방할 때도 동성애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동원됐다. 히틀러는 동성애를 “공산주의적 퇴폐성”으로 묘사했고 스탈린은 “동성애를 근절하면 파시즘도 사라질 것”이라 했다"(펌, "1917년 후 러시아의 성 혁명", <노동자연대>).
칸트는 황금률(Golden Rule)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었다. 헤겔은 칸트가 형성시킨 황금률(절대정신)이 변증법적 진보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칸트가 제언한 "요청적 신(das Postulat Gottes, 칸트 : das Postulat des Gottes, 바르트)"의 '희망'은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으로 기독교화되었다.
황금률(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마 7:12, 역지사지, 易地思之)는 인류 보편가치이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데, 18세기 칸트가 새롭게 설정한 황금률(도덕준칙)도 시대정신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족주의'는 보편적 인류 가치가 아니라, 근대에 형성된 가치이다. 가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해한 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독일어: Der Ursprung der Familie, des Privateigenthums und des Staats)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84년 출판한 유물사관 논문이다. 이 논문은 루이스 모건의 책, 《고대 사회》(Ancient Society)에 대한 칼 마르크스의 주석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이 책은 초기 인류학적 저술이며 가족 경제학에 대한 최초의 저술 중 하나이다"(위키백과). 참고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 기존 체계를 깨뜨리는 체계는 불교의 파계(破戒, transgression) 구도와 유사하다. 해체주의는 기존 사회 질서의 금기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시도이다.
'가족주의'도 가족을 해체해서 새로운 질서로 들어가기 위한 해체작업을 하려는 개념 어휘로 볼 수 있다. 가족,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로 형성된 기본 구조는 성경적 구도이다. 기독교 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이었고, 그 제국의 황제도 한 아내를 두었다. 그 기독교 사회를 해체하는 방법이 가족을 해체하는 것으로 평가했다면 정확한 분석이다. 가족은 인간이다. 가족 없이 인간이 형성된다는 발상은 부당하다. 남니의 칠레는 미혼모 비율이 67%라고 한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교회(로마 카톨릭주의, 낙태금지)와 국가(양육체계수립)가 보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구감소 추이는 남미에서 가장 높다. 가족주의는 가족, 교회, 국가의 질서 유지 능력을 해체시키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시키려 한다.
가족주의에 머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이민 정책으로 인구를 보충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민 정책으로 인구를 보충하려고 한다. 이민 정책은 국가 질서 체계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정책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국가주의는 아니지만, 국가가 국가존립을 해치는 정책은 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가족은 엥겔스의 분석처럼 한 쌍이다. 국가가 가족을 보호하고 증진하지 않아 가족이 사라진다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가족주의는 가족을 해체하려는 시대정신이다. 시대의 기관인 국가는 자기 존재를 소멸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정신은 반드시 참이 아니다. 자기를 죽이는 일은 가장 잔인한 살인이다. 시대의 최고의 지성들이 모든 국가 위정자들이 국가를 죽이는 정책을 펴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형람서원 고경태
*(1) 오마이뉴스, "[주장] 이 '가족주의'를 어찌해야 할까요?"의 보도 내용 중에서
힐러(Peter L. Heller)는 가족주의가 강한 국가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화를 함께 비교해 보고 점검해 보기 위해 조금 길지만 그대로 인용한다(김동춘. 가족주의. 42-43에서 재인용).
첫째, 보편적 기준에 근거한 선악 관념이 매우 약하다. 시민의식이나 시민정신이 취약하고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관념이 매우 약하다. 시민의 정치참여 경험과 의지가 약하다.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행동할 때 특수주의, 지역주의, 후원주의, 운명론, 제도에 대한 회의론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사람들이 주로 자신들의 국가나 정부를 심각하게 불신한다. 지배층은 대체로 부패를 연상시키는 경향이 있다. 공적인 것에 대한 불신감이 높고, 사람들이 행동할 때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셋째, 사람들은 지도층이 타락했으므로 자신이 타락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을 어겨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넷째, 가부장주의 전통이 강하고 여성 차별과 비하의 관습과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가족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대체로 낮다.
다섯째, 사람들이 생계나 지위 획득, 위기에 처했을 때 후원자에게 의존하거나 청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취업이나 승진 등 여러 가지 장에서 구성원 간에 경쟁적인 게임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룰을 권력정치가 왜곡한다고 생각하고, 정치적 후원세력이나 연줄을 잡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묶은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유래한다.
위(衛)나라의 유학자이자 공자의 문하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공자는 "바로 용서의 '서(恕)'이다(其恕乎).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라고 했다. 서로 이해하는 것, 즉 서로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 존중해줘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중략)
비슷한 한자성어로는 자주 쓰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의미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려한다는 환위사고(換位思考)도 비슷한 말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반대말은 자기중심적 이기심을 나타내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아시타비(我是他非), 비기지욕(肥己之慾) 등이 있다. 현대판 사자성어인 '내로남불'도 기소불욕 물시어인과 닿아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인권'일 것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의 출발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사람들은 너무나 어렵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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