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대해서
고경태 목사
추수감사절에 대해서 서울 한길교회 손재익 목사가 인터넷 카페에 실랄하게 지적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미국 교회에서 제정했기에 한국교회가 따라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교회의 전통을 한국 교회가 비판없이 계승하는 것에 대한 좋은 비판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저는 너무 빠른 개혁을 좋아하지 않기에 천천히 수위를 조절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현재의 모습에서 보다 완전으로 바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에서 완전으로 조금 개선된 모습으로 전환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변화에는 인간의 영혼이 견딜 수 없는 큰 충격이 있다고 봅니다. 교회가 인간의 영혼을 목양하는 기관으로 영혼의 안위를 위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목사의 큰 역량 중에 하나입니다. 지도자로서 가치 판단과 시기 판단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시기(때)를 판단하지 못하면 오히려 교회에 화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칼빈이 제네바 초기 목회에서 교회질서를 정하여 빠르게 적용하려다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상 교회는 순수함과 진리 외에도 연약한 인간, 죄된 인간이 공존하는 복합체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각별한 배려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의 교회에서는 항상 조용히 모든 절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광고 시간에 광고하지 않고, 주보에 소식만 올려놓습니다. 새로운 성도들은 전혀 절기 헌금을 하지 않습니다. 절기 헌금에 대해서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기존에 교회에 다녔던 성도들은 아무리 광고하지 않아도 그 때가 되면 절기헌금을 꼭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내가 갑자기 추수감사절의 강단데코레이션에 대해서 심각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열심히 했잖아, 하고 말했더니,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강단에 올려진 장식들이 매우 어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강단에 데코리에션을 한다해도 막지 않았고, 하라고 지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지 않게되었고 아무런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조용한 추수감사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강단에 올려진 가마니, 과일,채소들이 데코레이션인지 제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왜 강단에 올려져야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풍성히 올려진 과일과 채소들이 예배에 유익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어불성설입니다. 소품이라면 먹을 필요가 없겠죠. 먹을 것으로 장난하는 것은,,^^
저는 추수감사주일을 한 해의 마지막 점검과 종점으로 봅니다. 그리고 추수감사주일 이후로는 다음해를 준비하는 계기점으로 삼습니다. 그러한 시간의 의미는 수장절에서 있다고 봅니다. 구약의 수장절은 초막절이라고도 하여 수확한 모든 곡식들을 집에 넣고, 자신들은 들판에서 잠을 자야합니다. 우리가 거둔 모든 수확을 내려놓고 오직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와 도우심을 바라는 시간으로 의미를 줍니다. 추수감사주일이 한 해의 감사를 갖고 있지만, 다음 해를 바라보는 시작점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끝나면 생전체에 대한 감사와 내세를 바라봄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한 해 열심을 다하여 여기까지 달려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 해를 달릴 준비를 합니다.
인터넷카페에서 손재익 목사의 글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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