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고창원 선교사의 고뇌~~

고 창원

막도날드의 얼음콜라를 마시며 저는 가끔씩 막힌 속을 달랩니다

패스트푸드, 죽음에 빨리 이르는 음식이겠지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겠지만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렇게 광고를 합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큰 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설탕이 이들의 몸매나 건강에 큰 해악을 끼친다고 보여집니다. 이들이 얼마나 설탕을 애용하는지, 커피숍에서 동양 녹차를 시켜도 설탕이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게다가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우크라이나에 막도날드 하나 뿐입니다. 몇 달 전에 수도인 끄이브에 케이에프씨(KFC)가 하나 생겼지만 아직은 막도날드와 상대가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막도날드가 우크라이나 전국 주요 도시에 다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도인 끄이브에는 지하철역 부근에 막도날드가 자리하고 있고 또 다른 큰... 도시들에는 몇 개씩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도청소재지에 막도날드가 없는 도시들도 꽤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점은 우크라이나의 새 문화이기도 합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콜라와 함께 깔끔한 의자나 식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을 겸비한 그 막도날드는 생일잔치를 할 수 있는 작은 방까지 따로 갖추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막도날드에 가면 종종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햄버거에 콜라를 마시며 사진을 찍는 부모들을 봅니다. 참고로, 우크라아나의 공공 화장실은 요금을 내고 사용해야 합니다. 참, 모든 막도날드점은 와이파이 존입니다. 그래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컴퓨터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막도날드는 인기이지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40년을 살았고 우크라이나에서 8년째 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살 때는 패스트푸드점에는 거의 안 갔습니다. 막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케이에프씨 등등 하는 음식점들에요. 본래 떡이나 곱창, 국밥, 곰탕, 설렁탕, 짜장면, 짬뽕, 팥죽, 뭐 그런 종류의 풍부한 우리 음식을 좋아한 탓이기도 했고 또 치아를 보호하려고 콜라가 나오는 패스트푸드 점에 자주 안 간 탓이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바램이나 여행 다닐 때 거리에서 먹을 것을 찾지 못 할 때만 이용하곤 하였지요.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와서 사는 8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40년 동안 갔던 것보다 더 많이 패스트푸드점에 아마 갔을 것입니다. 외출해서 무엇을 먹어야 할 때면 저는 자주 막도날드를 찾습니다. 막도날드에서 나오는 그 시원한 얼음콜라가 제 막힌 속을 다 뚫어주기 때문입니다. 매달마다의 고민, 매 해마다의 고민, 나름대로 콧대 높고 수려한 외모를 지닌 이들 틈에서 살면서 다가오는 사람 간의 문제, 행정적인 문제들의 압박 속에서 살다보면 얼큰한 짬뽕이나 담백한 무봉리국밥 같은 것이 먹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럴 수 없으니 시원한 얼음콜라에다 햄버거를 먹으며 막힌 속을 달래는 것이지요. 만약 제 아내가 우크라이나 음식이 아닌 패스트푸드를 좋아했다면 아마 더 갔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2013년 4월 18일(목요일)에도 저는 아내와 함께 막도날드에 다녀왔습니다. 프린터 잉크를 하나 사야 해서 버스를 타고 20분 이상을 달려서 가면서, Tae Wha Yoo 박사님의 교회를 개척하려면 전도부터 하라는 말씀이나 고경태 박사님의 교회 다니는 교인들을 다른 교회로 수천 명씩 수평 이동시킨 유명짜하다는 목사들보다 한 영혼이라도 전도해서 개종시켜 그를 평생동안 복음으로 보살핀 목사가 주님 나라에서는 더 나을 것이라는 말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말입니다.

사실 이번 여름에 우리 가족은 또 우크라이나의 어느 교회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서 종교비자를 우크라이나 밖의 나라에 있는 우크라이나 영사관에다 신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우크라이나 내무부 경찰청 소속 외국인등록기관에 거주등록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이 참으로 절차가 복잡하고 그 서류 비용이나 여행경비로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일에 머리를 써서 하지 않고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경륜으로 알고 정당하게 대처합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저와 우리 가족을 어떤 인물이나 어떤 교회와 교류하게 하시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지난 7년 동안 주님은 우리를 인도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길이 나 있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를 이끌고 친히 길을 내 오셨습니다. 외국인들, 그것도 남자 아이 셋을 둔 동양인에게 자기 집을 세놓으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도 거주등록에 동의해주고 동사무소까지 가서 자기 집문서를 보이고 또 전세계약서까지 보여주어야 하고 경찰청에까지 들어가는 우리의 거주등록신청서에 싸인까지 해야 하는 그 마음 무거운 일을 공산 치하의 삶을 겪은 우크라이나 집주인들이 동의해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따라 그 어려운 길을 닦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복음전파의 일과 삶이 우리 주님의 법을 떠나 인간의 지혜로 이루어져서 결국 주님의 나라에서 우리의 수고가 헛되고 지옥 불에 던져지기를 저는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마태목음 7: 7~27; 고린도전서 9: 27).

이런 막중한 구주의 복음의 일들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삶인데 매달마다 후원금까지 걱정해야 하니 늘 마음이 편하기만 하겠습니까! 그래도 이 우크라이나인들 가운데 우리에게 마음을 주고 대한예수교장로회 목포제일노회의 선교사로서 전하는 저의 개혁교회의 복음에 동의하여 훗날을 도모할 만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늘어난다는데 위안이 있겠지요.

오늘도 막도날드에서 주님께 이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늙어가며 복음의 일로 제 생애를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고, 얼음콜라로 막힌 속을 달랬습니다. 막도날드의 얼음콜라는 오늘도 시원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