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논단]의롭다함 받음(稱義)에 대한 바른 고찰(考察)
최 낙 범 박 사(총신교수. 새순교회)
우리가 태어 날 때 어떤 신분으로 태어날까? 죄인으로 태어날까? 아니면 의인으로 태어날까? 이런 질문에 어떤 이는 죄인으로 태어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의인으로 태어난다고 하면서 열띤 논쟁을 한다. 이런 논쟁을 놓고 성경은 인간이 태어날 때 의인이 아닌 죄인으로 태어난다고 진술하고 있다. 물론 이런 진술에 좋은 반응을 보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좋게 보고 좋게 평가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 자신을 살펴 본 자는 반드시 자신이 죄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죄인의 굴레를 벗어나 의인이 될 수 있는지를 갈망하게 된다.
이것은 사실상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이보다도 더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의인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인이 되기를 갈망한다고 의인이 될 수 없다. 또 의인되길 우리가 노력한다고 의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의인은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할 때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의롭다함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이에 우리는 성경계시에 입각하여 구원론의 핵심진리인 의롭다함 받음(稱義)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신앙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의롭다함 받음에 대한 바른 고찰(考察)을 하고자 한다.
의인-죄 용서받은 인간
그러면 의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 개념을 보자. 여기서 의인이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착하며 고결한 인격자란 뜻이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용서받은 죄인을 가리킨다. 즉 의인이란 상대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비교평가 속에서 착한 사람, 깨끗한 사람, 고결한 사람이 아니고 절대자인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죄 사함을 받고 의롭게 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구약성경에서 명사인 체데크(righteousness;의, 공의, 바름)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의로 여긴다는 말이다. 이는 “아브라함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창15:6)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다.
또 동사인 히츠티크(righteous;의롭다고 선언하다)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정죄라는 말과 대조되는 것으로서 하나님이 어떤 사람의 도덕적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고, 어떤 사람을 의롭다고 선언하다 혹은 선포한다는 법정적인 용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는 "나를 의롭게 하시는 이가 가까이 계시니...나를 정죄할 자가 누구뇨"(사50:8,9)의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이 말씀들은 하나님께서 심판장의 자격으로서 사람을 의롭다고 선언하므로 의인이 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신약성경에서 동사인 디카이오오(δικαιόω;의롭다고 선언하다)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히츠디크처럼 정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법적인 말이다. 그 의미는 능동형으로 사용될 때는 하나님이 죄인을 의롭게 하다(justify)이고, 수동형으로 사용될 때는 죄인이 의롭다함을 받는다(be justified)는 것이다.
이는 “이 사람은...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눅18:1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로마서3:24)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롬8:33,34)에서 알 수 있다. 이 말씀들은 하나님께서 하늘의 법정에서 사람을 의롭다고 선언(稱義)하므로 의롭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의인이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므로 죄인이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의인은 인간의 노력과 공로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죄인을 향해 의롭다고 선포해 주심으로, 그러니까 하나님에 의해서 의롭게 되는 자가 의인이라는 것이다.
의롭게 하는 조건-그리스도를 믿음
여기서 하나님이 인간을 의롭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하나님이 무엇을 조건으로 하여 우리를 의롭게 하는가이다. 첫째로, 하나님의 은혜로 죄인을 의롭게 한다. 즉 이 말은 죄인이 의롭게 되는 것이 인간의 노력이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죄를 지은 죄인으로서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3,24). “우리로 저의 은혜를 힘입어 의롭다 하심을 얻어 영생의 소망을 따라 후사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디도서 3:7)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의롭게 하실 때 은혜를 배제한 채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반드시 은혜를 베푸시면서 인간을 의롭게 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의롭게 되는 조건이 기본적으로 은혜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로, 하나님은 죄인의 믿음을 보시고 의롭게 한다. 즉 이것은 인간의 신념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믿음,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인간 대신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을 믿고 그를 의지하는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의롭게 하사 의인되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롬3:28)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롬5:1).에서 알 수 있다.
또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 줄 알므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 이는 우리가 율법의 행위로써가 아니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함이라 율법의 행위로써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느니라.”(갈2:16)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사실 앞에 유의할 것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믿음이 성령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로마교회나 알미니안 신학처럼 공로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믿음이 공로의 성격을 가져서 믿음 때문에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이 된다. 따라서 믿음 자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믿음을 통로로 하여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고수해야 한다. .
또 하나는 삶을 보고 사람을 의롭다고 칭함이 바르다고 주장하며 요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보적 칭의론(김세윤 교수)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이성적 사고에서 나온 사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믿을 때 우리가 의롭게 된다는 사실이 성경에 기반을 둔 참된 의로움임을 알아야 한다.
의롭게 하는 근거-그리스도의 의
인간을 의롭게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것은 하나님이 무엇에 근거하여 죄인을 의롭게 해 주느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성경은 그 근거를 인간의 선행과 공로에 두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아무리 착하게 살고 선한 일을 많이 해도 그 행위가 상대적 의요, 불안전한 의이며, 제한된 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이 하는 최선의 노력조차도 하나님의 완벽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의이다.
즉 이 말은 인간이 선한 일을 통해 획득한 의일지라도 그것이 죄악된 본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또 사람의 추구하는 행위가 선한 일이지라도 전적으로 부패하고 전적으로 타락한 죄인(롬3:9,10)의 행위이기 때문에 절대적 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그러나 우리는 다 부정한 물건 같아서 우리의 모든 의는 더러운 누더기 같으며" (사64:6)에서 알 수 있다. 또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롬3:20)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갈2:16)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참으로 의롭게 하는 근거가 무엇일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의(義)이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본래 하나님으로서 의로우시기 때문이다. 즉 이 말은 예수 그리스도가 율법준수를 통해 획득한 의가 아니라 그는 하나님으로서 본성적으로 의롭다는 것이다(행3;14;7:52;22:14). 따라서 그의 의는 하나님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으로서 인간의 도덕적 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룩한 의요, 완벽한 의요, 절대적 의요, 순수한 의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은 구속사역을 통해 가능해진다. 그는 구속중보자로서 죄 값을 치루기 위해 성육신하였다. 그는 우리 대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시므로 하나님의 진노를 받으셨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켰다. 그는 또한 피 흘려 죽으시므로 우리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하셨다. 이로써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때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믿는 순간 자신의 죄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제거되고,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의가 인간에게 덧입어지는데, 그 의를 하나님이 하늘의 법정에서 보시고 그 의에 근거하여 인간을 의롭다고 선포해 주신다(롬3:24;롬5:9).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롬3:22)에서 알 수 있다. 또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고전1: 30)에서 알 수 있다.“
또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롬 1:17).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자로 우리를 대신하여 죄를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저의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고후 5:21)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롭게 하는 근거가 인간 스스로가 선행을 통해 만든 의가 아니라 주 예수를 믿음으로 죄와 죄책이 제거되고 인간에게 덧입혀진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를 의롭게 하는 근거임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영생을 보장받는 근거임을 알 수 있다.
의롭게 된 자가 받는 은혜-의인 신분 획득, 영생 보장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게 할 때 받는 은혜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구원받은 자들이 실제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신분이 바뀐다. 죄인이라는 신분에서 의인이라는 신분으로 바뀐다. 마귀의 자녀에서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으로 바뀐다. 이런 신분과 함께 삶이 바뀐다. 영생을 보장받게 된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놀라운 은혜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받는 은혜를 보자.
첫째,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므로 화평의 은혜를 누리게 된다. 이 말은 우리가 과거에는 죄로 인해 하나님의 원수였다. 그래서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대신 진노를 받으므로 하나님과 우리가 원수관계에서 화목관계로 전환되었다.
즉 원수의 신분에서 자녀의 신분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 우리가 험한 나그네 길을 밝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롬5:1)에서 알 수 있다.
둘째,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므로 하나님의 보좌로 나아가는 은혜를 누리게 된다. 우리가 과거에는 하나님과 원수관계였기에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신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인이 되었고 자녀가 되었기에 구속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언제든지 담대하게 기도하게 된다.
물론 이런 특권행사는 이 땅에서만이 아니다. 마지막 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기도는 은혜 중에 은혜이다. 이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롬5:2)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셋째,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므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는 은혜를 누리게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이 세상에 살 동안 영광중에 계신 주님을 만나 뵙기를 고대하고 그의 영광을 함께 누리고 싶은 소원을 갖고 산다.
또 주님처럼 영광스런 모습이 된다면 그 기쁨의 정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어느 정도냐 하면 환난을 받으면서도 즐거워할 정도가 된다. 어떤 환난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된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 이뿐 아니라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롬5:2~3)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의롭다함 받음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인간의 선행이나 공로로 의롭게 되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예수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롭게 되는 일이 예수의 공로를 믿는 믿음 때문이기에 그 후 인간의 행동에 의해 의롭게 됨이 상실되지 않고 세상 끝 날까지 지속된다. 또 우리가 예수 믿을 때 하나님에 의해 의롭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의롭게 되는 그 순간부터 속사람이 거룩해지는 성화가 시작된다. 또 하나님 앞에 사는 영생을 보장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의롭게 해 주시므로 이루어진 의인이 되었다는 거룩한 자부심과 함께 의롭다함을 받은 의인답게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누리고, 하나님 보좌 앞으로 날마다 나아가야 한다. 또 나그네 인생길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살아갈 때 만날 온갖 환난과 역경가운데서도 즐거워하며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의롭다함을 받은 의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B.A).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및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Th.M), 숭실대학교 대학원 졸업(Th.M). 미,Kernel University 대학원 졸업(조직신학박사, Th.D). 총신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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