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법

[스크랩]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지켜주십시오

형람서원 2007. 5. 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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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쯤, 전라도 광양땅 어느 시골마을에 젊은 농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도 많은 꿈이 있었겠지요. 도시로 나가 번듯한 직장에서 돈 잘 벌며 폼나게 살아보고도 싶었겠지요. 그러나 그는 고향마을에서 조그만 도서관을 꾸렸습니다. 책을 접하기 힘든 농촌 아이들과 농민들에게 더 많은 책을 읽히기 위해 틈나는대로 경운기나 오토바이에 책을 싣고 시골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의 꿈은 제대로 된 번듯한 도서관 하나를 건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2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농부님의 숙원사업이던 도서관의 꿈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마당 한켠에서 초라하게 꾸려오던 도서관은 여러사람들의 도움과 농부님의 노력으로 새롭게 건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롭게 건립된 도서관에 농부님은 아이들을 위해 화단을 만들고 꽃팻말들도 붙였군요.

 

전국 각지에서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책들도 보내주었습니다. 농부님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했습니다.

 

 도서관이 부족한 시골아이들과 학생들에겐 농부님의 텃밭 도서관은 훌륭한 독서의 장소이며 또한 놀이공간이 됩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농부네 텃밭도서관을 모범사례로 참관하러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농부님이 일구신 텃밭과 화단은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자연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로 어울리는 대동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문화적 이벤트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골사람들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문화적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농촌 아이들과 농민들을 위해 만들었던 농부네 텃밭 도서관은 이제 전국 각지의 도시인들에게 고향같은 마음의 안식처로 발전하게 됩니다. 어른들에겐 어린시절의 추억을 재현하는 장소가 되고 아이들에겐 신나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하는, 그래서 가족 모두에게 행복과 화목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이제 광양시 하면 농부네 텃밭 도서관을 떠 올리게 됩니다.

광양시 하면 <광양제철>만을 막연히 떠 올리던 저도 농부님으로 하여 광양시를 처음으로 찾게 되었고 광양시에 대해 모르던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도 농부네 텃밭도서관으로 인해 광양시를 알고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폐타이어 소각로를 만드는 공장이 건립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텃밭도서관에서 100m 정도의 거리에 건립된다고 합니다. 수십년 동안 일궈온 텃밭 도서관이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이룩한 농부님의 꿈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저 숲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백로떼들도 무시로 찾아와서 수다들을 떠는 곳이라고 합니다.

혹여 한 쪽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매도 할 수도 있기에 광양시의 주장도 객관적으로 대략 정리해서 옮깁니다. <저 곳은 사유지이고 공장건립에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으며 5000평의 땅 중에 3000평만이 공장을 건립하게 된다. 그리고 소각로가 아니고 소각로를 만드는 공장이라 공해나 소음이 없고 텃밭 도서관 쪽 일부 소나무는 살려두니까 괜찮다. 이미 관계기관의 환경영향평가에서 크게 문제가 없다라는 판정을 받았다.그리고 사이버 상에서 사실을 감추고 부정적인 내용을 공포하여 여론몰이 하는것이 심히 유감스럽다>그러네요. 과연 책을 읽는 도서관 옆의 저 곳에 소각로든 소각로를 만드는 공장이든 건립되어도 괜찮은지 독자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도서관지킴이 농부님의 고민은 점점 깊어갑니다. 그동안 혼자서 이만큼 도서관을 이루고 혼자서 전국은 물론 외국에까지 광양시를 널리 홍보해온 민간차원에서의 광양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전국의 도시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 주었으며 문화적 자원이 취약한 지방중소도시의 든든한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온, 그래서 그 자부심으로 그동안 그 어떤 힘든 일도 신명나게 해 오셨던 농부님의 얼굴에 마치 공장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처럼 어두운 그늘이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 농부님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출했습니다. 유난히 슬프게 다가옵니다.

 

 독자 여러분, 농부네 텃밭 도서관을 지켜주십시오.

 

아래 농부님의 카페와 블로그를 링크해 둡니다.

http://cafe.daum.net/nongbuc

http://blog.daum.net/nongbu-c

출처 : 칼럼
글쓴이 : 깐돌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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