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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런데도 피우고 싶어?

형람서원 2007. 1. 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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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런데도 피우고 싶어?
[오마이뉴스 2007-01-20 12:56]    
[오마이뉴스 이봉렬 기자] 1999년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폐암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 애초 예정되었던 1월 18일에서 25일로 1주일 미뤄졌다. 판결이 가져 올 엄청난 파장 때문에 판결문을 재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맨 처음 소송을 제기한 때부터 7년을 넘도록 판결이 나지 않았고, 그 사이 소송을 제기한 폐암 환자 중 7명 중 3명이 숨졌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판결을 내리는 데 이리도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담배 경고 문구 효과 없다' 78.7%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인가 하는 것과 담배를 만들어 파는 KT&G가 소비자들에게 그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담뱃갑에 적혀있는 경고 문구는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의 경고 문구는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였다.

경고 문구에는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 해 놓고, 재판 과정에서는 흡연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의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니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낫겠다.

다만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경고는 충분한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작년 8월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윤정 연구원의 '담배경고문구의 효과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설문 응답자의 78.7%가 효과가 없다고 대답을 했다. 1976년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은 삼갑시다"라는, 그 뜻이 애매모호한 경고 문구 이후 지금까지 나온 여러 경고문구가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포스러운 싱가포르 담뱃갑

이쯤되면 다른 나라에서는 담배의 유해성을 어떤 식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는지 비교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의 흡연율은 14%대이다.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처음으로 40%대에 들었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루어진 한국의 현실에 비하면 경이로운 기록이다. 싱가포르의 흡연율 14%는 담배 한 갑에 우리 돈 7000원 정도 하는 비싼 담배 가격과 함께 담뱃갑에 새겨진 끔찍한 경고 사진이 크게 한몫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판매하는 담배 중 일부를 소개한다.

▲ 이런 끔찍한 사진이 양면에 걸쳐 새겨져 있다
ⓒ2007 이봉렬
▲ 죽어가는 사람, 죽은 아이의 사진. 이 정도면 호러물 수준이다.
ⓒ2007 이봉렬
▲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걸 두고 다투고 있는 우리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2007 이봉렬

담배를 꺼내 물 때마다 이런 사진을 보게 된다면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담배를 파는 곳에 가 보면 이런 끔찍한 사진으로 한 쪽 면이 도배되어 있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 '그나마 덜 끔찍한 사진으로 주세요' 이렇게 주문 해야 하지 않을까?
ⓒ2007 이봉렬
정부가 담뱃값을 올릴 때마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번 인상할 때마다 500원씩 올리는 것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하기보다는 화가 나서 더 담배를 피우게 되는 그런 결과를 낳을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국민건강대책'을 내놓은 후 그 재원을 담뱃값 인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는 담배 가격을 국민의 건강이 아니라 재원마련 가능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걸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고, 흡연율을 낮추기 원한다면 효과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지금의 경고 문구 대신 싱가포르를 비롯,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경고 사진을 넣어야 할 것이다.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지루한 재판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국민들이 흡연을 계속 하고 있고,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와 KT&G에 묻는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 계속 피우게 해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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