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우리는 성경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고 자평하며 좋아한다. 그런데 제2 도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제2도서는 도덕경이라고 한다. 성경은 유럽에서 왕성하게 펼쳐진 중동 문서이다. 도덕경은 지금까지 동양의 경서이다. 그런데 도덕경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저가 된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종교의 경전인 성경이 베스트셀러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경전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기관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도덕경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끼는 그리스도인이 많을지 모른다.
오방 최흥종 목사는 성경과 도덕경을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 목사를 자연주의 혹은 도교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이 도덕경을 읽으면 도교가 되는 것일까? 도덕경을 읽어보지 않고 내리는 경솔한 판단일 것이다. 도덕경은 우리 민족의 기본 도서이다. 학식이 있다면 도덕경을 반드시 읽을 것이다. 도덕경에서 도교와 도학이 발생하는데, 도교와 도학은 전혀 다르다.
도덕경은 고대 사유체계의 심오함을 엿볼 수 있다. 도덕경의 저자를 노자라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누가 그렇게 심오한 말을 했을까? 장자는 공자가 노자와 담론을 통해서 한 수 배운 것으로 말하기도 했다. 공자의 사상적 기원은 도덕경일까?
우리는 도덕경을 한자로 읽을뿐만 아니라, 영어로 번역된 것도 읽어보면 좋겠다. 어떻게 서양 사람들이 동양 어휘를 번역했는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어떻게 서양언어 성경을 중국어나 일본어로 번역했는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어휘는 많은 부분에서 공존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번역 과정을 통해서 상호 어휘가 균등하게 형성되었다. 우리 동양에 없는 어휘들이 약 500여년을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어휘처럼 느끼지만 서양언어를 번역하면서 만든 어휘들이 많다. 최근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만든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소한 한중일 3국이 공통으로 번역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아니면 우리나라 독자로 번역어를 만들어서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에서 번역한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면, 학문 체계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중성자, 미립자.. 이런 어휘들은 일본에서 서양과학계의 어휘를 만들어서 번역한 것일 것이다.
도덕경은 동양의 산물이고 우리의 산물이다. 우리의 산물은 우리가 지키고 이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인이지만 우리의 산물을 폐기할 수 없다. 문화 보존과 기독교 증진이 충돌되는 것처럼 여겨져도 우리의 분깃을 주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문화 보존에 대해서 깊은 인내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 가운데서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좋겠다. 이루었다함이 아닌 끊임없는 정진 과정에서 생명이 다하는 것이다.
형람서원 고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