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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전히 왜곡되어 교육되고 있는 '김정호' 의 죽음.

형람서원 2007. 5.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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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지도안을 찾으러 에듀넷(http://www.edunet4u.net/ )에 잠깐 들어갔다가 기절초풍할 글을 보고 말았다. 바로 <대동여지도> 를 그려 우리나라 지도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고산자' 김정호에 관한 글이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자주 애용하는 이 교육 사이트에서 김정호에 대한 설명은 간략하게 이렇게 나와있다.

 

 

 

▲ 교육사이트 '에듀넷' 에 나와있는 김정호에 관한 설명

(http://down.edunet4u.net/KEDLAA/05/A4/2/A42050017P.jpg)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조정 대신들이 국가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명으로 옥에 가둠. 옥사함' 이라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김정호가 대원군 시절 억울한 누명을 받고 대원군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린 '역사' 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고종실록> 의 여러 부분을 살펴보아도 김정호의 옥사설은 어느 한 곳에도 입증되지 않는다. 고산자의 옥사설은 그가 만든 <대동여지도> 가 모두 몰수 되었다는 '헛소문' 에서 비롯됐는데 이 또한 소문일 뿐 사실은 아니다. 그 당시 모두 몰수되어 불태워졌다면 우리가 어찌 <대동여지도> 의 모습을 교과서에 실을 수 있겠는가. <대동여지도> 의 목판본은 지금껏 숭실대와 성신여대에 보관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정호의 옥사설에 반박할 증거는 산더미처럼 널려있다. 김정호의 죽음 뒤에 나온 <이향견문록> 에는 고산자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있는데 만약 고산자가 대원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면 함부로 거론할 소지의 것이 못된다. 그 당시 죄인의 이름을 함부로 책에 싣는 것은 대단한 '중죄' 였기 때문이다. 이것으로써 우리는 고산자가 옥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향견문론> 에서는 김정호가 '졸' 하였다고 써져있다. 만약 옥사를 하였다면 '졸하였다' 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졸하였다' 는 나이가 다 되어 자연사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종실록> 에서 압구정 한명회의 죽음을 이렇게 적고 있다. "상당 부원군 한명회가 '졸하였다'. 철조하고, 조제하며, 예장하기를 예와 같이 하였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김정호는 '옥사' 한 것이 아니라 '자연사' 한 것이다. 몇 년 전 <역사스페셜> 에서도 한번 다뤘던 김정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진보적인 교육사이트인 '에듀넷' 이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대표적인 식민사관, 초등 교육부터 제대로 '교육' 해야.

 

 

 

그렇다면 왜 고산자는 옥사했다는 억울한 '누명' 을 쓰고 지금껏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받아 온 것일까. 김정호의 죽음이야말로 일제의 역사왜곡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934년 일제가 발간 한 <조선어 독본> 속 '김정호전' 에서 김정호의 '옥사설' 은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후, 근 70여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김정호는 '옥사' 된 채로 역사 속에서 잊혀졌다.

 

 

일제는 김정호 같은 뛰어난 지리학자를 누명을 씌워 죽인 것이 조선 정부, 그리고 대원군임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된 인재를 발견하지 못한 조선 지배층의 우매함과 무능함을 공박하였다. 그리고 결론은, "그렇기에 일제의 조선 강점은 합법하다." 는 것으로 끝나는 일종의 사상 교육을 진행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악랄하고 파렴치한 일본의 '역사왜곡' 의 현장 아닌가.

 

 

해방 이 후에도 거짓 속에 묻혀있던 고산자의 죽음은 몇 년 전에서야 제대로 된 '진실' 로 역사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됐다. 이것은 고산자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국내 사학계의 또 하나의 '업적' 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교육현장은 아직도 '거짓' 을 '진실' 로 알고 가르치고 있는 듯 하다. 수 십만, 수 백만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드나드는 에듀넷이 김정호의 죽음을 이토록 호도해서 되겠는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는 존재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올바르고 깨끗한, 투명하고 올곧은 역사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식민사관에 물든 교육으로 아이들의 '미래' 를 잿빛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그리고 우리 교육현장 스스로 다시 한번 우리의 '역사', 김정호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다.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승복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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