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람서원

하나님 나라 확장이 아닌, 복음을 전도하는 교회

형람서원 2025. 5. 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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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부조리와 국가 권력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관심은 ‘하나님 나라’의 개념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개념화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교회가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이 과연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구속. 피흘려 죄를 사하신 복음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를 주로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통치와 정의 실현이라는 목표로 규정할 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복음의 본질이 희석될 위험이다. 로마서 14장 17절은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본질적으로 영적인 실체이며,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강, 그리고 기쁨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영적인 하나님 나라의 개념이 사회 정의 구현이나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가시적으로 세우는 것으로 대체될 때, 죄인 된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고, 친히 속죄제물이 되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무신 주 예수를 믿음으로 얻는 구원이라는 복음의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 이는 교회가 특정 정치 이념과 동일시되어 복음의 보편성을 잃고, 오히려 전도의 문을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수님과 사도들의 주된 사역은 로마 제국의 압제 하에서도 정권 교체나 사회 시스템 변혁을 통한 ‘하나님의 통치’ 구현이 아니었다.

둘째,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를 혼동할 수 있다. 요한복음 18장 36절에서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고 말씀하셨다. 이 땅의 정치 체제나 사회 운동을 통해, 혹은 인간적인 노력으로 지상에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 또는 ‘하나님의 통치’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자칫 세상적인 방법으로 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교회의 힘은 세상 권력과의 연합이나 대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셋째, 교회 내 불필요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나님의 통치’나 ‘정의 실현’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해석은 성도 간의 사랑과 일치를 해치고, 복음 전파라는 교회의 공동 목표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교회의 진정한 사명은 무엇인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마 28:18-20)에 순종하여 모든 민족에게 십자가의 피로 세우신 구원의 복음, 즉 우리 죄를 위한 영원한 속죄소(시은좌)가 되신 주 예수를 믿으라고 전하는 것이다. 이 복음을 통해 사람들은 죄 사함을 받고, 성령 안에서 참된 의와 평강과 희락이 있는 하나님 나라를 개인의 삶 속에서부터 경험하게 된다. 초대 교회 사도들은 당시 로마 제국의 권력 앞에서도 정치적 저항이나 사회 변혁을 통한 ‘하나님의 통치’ 선포가 아닌, 이 생명의 복음을 담대히 전하는 데 생명을 걸었다.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행 5:29) 외치며, 그들은 어떤 권력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영혼 구원의 사명을 감당했다. 이는 국가 권력의 허락이나 지지와 무관하게, 복음 자체의 생명력과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순종이었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확장은 정치적 투쟁이나 사회 개혁 운동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를 가시적으로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라, 한 영혼 한 영혼에게 십자가의 복음이 전파되고, 그들이 죄를 회개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여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평강과 희락을 누릴 때 이루어진다. 교회는 세상의 변화무쌍한 권력 구조나 사회적 이슈에 매몰되기보다, 변치 않는 복음의 진리를 선포하고 영혼을 구원하여 그들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도록 하는 본연의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의 상황이 어떠하든,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기도하며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여 담대하게 이 구속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어떤 권력도 막을 수 없는, 교회의 가장 강력하고 본질적인 사명이다. 복음을 전도하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권력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교회의 사명이고 특권이다(행 1:8, 마 28장). 교회는 "온전한 복음"이 아니라 "순수 복음(죄사함의 복음)"을 온 세계에 땅끝까지 전파한다.

형람서원 고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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